"미얀마, 국가적으로 제노사이드 자행..韓정부 외면 말아달라"
Published by Yonhap NEWS on October 22, 2018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20대 후반의 젊은 엄마가 어느 날 아침 군부 트럭이 도착하는 걸 봤어요. 트럭에서 내린 군인들이 한 여고생을 끌고 갔대요. 그 학생은 이 젊은 엄마의 여동생이었어요. 이 장면을 목격한 아버지는 도망가다 말고 딸을 구하러 달려왔어요. 그리고 머리에 총을 맞았죠. 머릿속에서는 뇌가 튀어나왔대요. 군인들은 그 뇌 조각을 주워서 닭에게 모이로 던져 줬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28살 남성의 이야깁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이 남성은 '배웠다'는 이유로 마을 행정관으로 지목됐습니다. 어느 날 군부가 마을을 습격했을 때 이 남성은 도망쳤습니다. 군부가 보통 마을을 습격하면 젊고 건장한 남자들을 공격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습니다. 군부는 이 행정관이 도망가는 것을 보고도 아내와 딸이 머무는 집을 불태웠습니다."
자유로힝야연합(Free Rohingya Coalition) 공동창립자인 마웅 자이(Maung Zarni) 씨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건조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우연히' 살아남은 로힝야족의 증언을 생생하게 들려줬다.
마웅 씨는 이 두 사례가 국가의 파시스트적인 행동이 무엇인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군부가 길에서 만난 젊은 조선 남성들에게 사무라이 검을 휘둘러 목을 베곤 했다는 사례가 이와 유사하다면서 말이다.
"한 그룹을 제노사이드 타깃으로 삼기 전에 국가가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학살을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미얀마의 전 대통령이 말한 '우리는 로힝야라는 그룹이 아예 없습니다'가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마웅 씨는 1964년 군부가 발표한 문서를 보면 "로힝야족을 미얀마의 시민으로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미얀마(옛 버마)를 구성하는 소수민족이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심지어 영국이 미얀마에 도착하기 전부터 로힝야족은 그곳에 있었다고 여러 학술 자료들이 뒷받침하고 있다고 마웅 씨는 강조했다.
마웅 씨는 "모든 군대는 상상의 적을 만든다는 것을 병역의무가 있는 여러분들도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미얀마 군부는 시민들 마음속에 '벵갈 리(미얀마에서 로힝야족을 낮춰 부르는 말)는 적'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면서 그들을 군사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불교도든, 인권운동가든,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며 감옥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보낸 사람들이든 로힝야족을 적대시하는, 파시스트적인 생각하게 된 것이라는 게 마웅 씨의 분석이다.
마웅 씨는 "로힝야 대학살은 의도를 갖고 국가적으로, 민족적으로, 종교적으로, 인종적으로 구성된 집단을 완전히 파멸한 것"이라며 "이는 인간을 인간임이게 하는 모든 기반을 묵살하고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제가 한국인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란 것입니다. 예컨대 미얀마 군부가 사용하는 무기를 생산하는 데 대우가 직접 관여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이 미얀마의 제노사이드에 기여하는 것을 알고도 모른척하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